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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관계에세이] 우리는 헝겊으로 눈을 가린 채 사랑을 하고 있다.

페이지 정보

  • 작성자 :다소니심리상담센터
  • 작성일 :작성일19.10.04
  • 조회수 :1,134
  • 댓글0건

본문




만나면 아무 말이 없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각자의 방식으로 집에 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지 몇 개월은 된 것 같다.

마치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지냈다.



여자는 문득문득 쓸쓸한 생각이 들었지만 무거운 침묵을 깨는게 더 두려워 아무말 하지 않기로 했다.

밥을 먹으면서, 차를 마시면서 여자는 묻고 싶었다. 눈을 바로보고 묻고 싶었다.

“이젠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지루한가요?”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말을 하면 두려움이 실체가 될까 표현하지 못한지 몇 개월은 된 것 같다.

그녀와의 관계가 깊어지면 질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삶의 무게가 되어 어깨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같이 살 집은? 아이를 갖게 되면? 하루에 필요한 돈이......, 일 년에 필요한 돈이......,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그녀와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 하게 되었다. 그만큼 그녀가 좋았으니까.

그런데, 그만큼 두려움도 커져갔다.

그는 아직 자기 자신도 그 누군가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지만 말 할 수 없었다.

“나 사실 좀 두려워. 어른이 된다는 게. 그것 뿐이야.”



그와 그녀는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채 몇 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그녀가 용기를 내어 긴 침묵을 깼다.

“우리 이제 그만해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시리즈의 남녀는 헝겊으로 얼굴을 가린 채 사랑을 나누고 있다.

우리는 사랑에 눈이 먼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상처에 눈이 멀어 내가 하는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채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적당한 거리감은 안정된 관계를 말해준다.

하지만 내 눈을 완전히 가리는 헝겊은 적당한 거리감의 유지가 아니라,

나 자신도 속이고 상대도 속이는 거짓 사랑을 말한다.



그녀와 그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냥 물어봤다면,

“혹시 내가 싫어졌나요? ”



그냥 말을 했다면,

“나 어른이 된다는게 두려워.”



우리는 두려움에 눈이 멀어 앞에 있는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때가 많다.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건 서로의 눈만이 아니다. 자신과 서로의 마음인 것이다.

두려움을 보고 그것을 표현한다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혹시 내가 싫어졌나요?”

“그게 아니에요. 그저...... ”

“난 우리의 오랜 침묵이 그걸 의미하는 줄 알았어요”

“당신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거에요. 당신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우리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커져서 그런거에요.

난 아직 저 자신도, 당신도 건강하게 지킬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 관계의 책임은 나누어 가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by. 불친절한 수퍼바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