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카톡아이디/연락처
    연령대
    상담신청내용
  • 이름
    연락처
    연령대
    상담신청내용
  • 02-426-0982

    평일 9:00 ~ 18:00
    공휴일 제외

소통

마음산책

[관계에세이] 나는 타인을 모른다.

페이지 정보

  • 작성자 :다소니심리상담센터
  • 작성일 :작성일19.10.15
  • 조회수 :1,174
  • 댓글0건

본문

이집트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휴가를 내고, 장장 19시간 걸려  '이집트'로 갔다.

문명의 발상지이며, 신들의 나라 '이집트'를 꼭 한 번 여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힘겹게 도착했던 이집트의 첫인상은 "덥다, 진짜 덥다." 였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만난 이집트 청년이

현재 온도는 45℃ 정도이며, 한낮에는 5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설명해주었다.

(덧붙여 겨울이라 이 정도면 시원한 편이라는 설명도 해주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그 청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이집트에 대한 첫인상을 물어보았다.

"이집트에 와보니, 어떠세요?"

"굉장히 멋있고, 아릅답고 신비한 곳이네요."

나는 그 사람에게 "굉장히 멋있고, 아릅다고 신비로운 곳이에요." 라고 대답했지만,

속마음은 '너무 덥고, 사람들이 꽤 게을러 보이네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이집트 사람들이

대낮인데도 건물 앞 대리석 바닥에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삼삼오오 그늘에 모여서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부모님이 열심히 일궈놓으신 재산만 믿고 흥청망청 사는 자식들과 같아보였다.

숙소로 이동하는 내내 나는 그들의 모습과 한국에서의 내 모습을 비교하면서

'이 시간에 티타임이라니, 낮잠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잠시의 틈도 없이 양산과 물 한 병을 챙겨 들고 가까운 룩소르 신전으로 향했다.

짧은 휴가를 내고 이 멀고 먼 이집트까지 온 나에게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BC 14~13세기에 지어진 룩소르 신전은 사막 한 가운데서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었다.

위엄하고 웅장한 모습이었다.



신전을 2시간 가량 돌아다녔을 쯤,

갑자기 온 몸의 수분이 다 증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머리가 핑 돌고,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하였다.

'잠시 쉬면 괜찮아 지겠지.' 하며 그늘에 앉아 쉬었지만,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심해져만 갔다.



나는 몰랐다.



한국의 더위는 덥고 습하여 땀이 나면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집트의 더위는 뜨겁고 건조하여 땀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때문에 몸의 열이 발산되지 않아, 갑자기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광활한 사막 위 신전 한가운데에서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신전 앞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에 앉아 에어컨 바람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열을 식히고 나니, 혼미해진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였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뜨겁게 열을 내뿜던 해는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저녁시간 이집트의 모습은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사람들은 낮 동안 하지 못한 건물 개보수, 도로 공사, 상업, 배달 등의 일을 하며

누구보다 활기차고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녁이 지나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도 그들은 마치 지금 막 일을 시작한 모습이었다.



이집트의 많은 사람들이 새벽 5시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숙소 창문 너머로 출근하는 사람들,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집트 사람들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지글지글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를 피해

해가 진 저녁과 새벽 시간을 활용하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명하게 살고 있었으나,

나는 나의 경험과 생각만으로 그들을 게으르다고 판단하였다.



타인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상담을 처음 시작했을 때, 수퍼바이져 선생님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상담실에 들어가면 내담자의 신발을 신고,

 내담자의 안경을 끼고 내담자를 바라봐야 한다."

상담을 공부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담자의 기본자세이지만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타인을 모른다."

 

하지만

그들과 같은 안경을 끼기 위해

있는 그대로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